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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6. 20. 14:36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돈이 새고 있다? - 「또 파? 눈먼 돈, 대한민국 예산」

 「또 파? 눈먼 돈, 대한민국 예산」 시대의 창

저자: 정광모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일환으로 지정ㆍ운영돼온 97개 지역특화발전특구 중 16개가 특구로 지정할 만한 특징이 없는데 지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역특구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특화사업을 진행할 만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지역특구로 지정된 경우가 무려 16건에 달한다는 점이다.  2005년 9월 지정된 완주포도주산업특구의 경우 141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포도 재배단지를 조성했지만 경쟁력이 떨어지고 관련 예산 및 기술 관련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이 특구는 지난해 10월 해제됐다...”<2008.6.16자 한국경제신문>


오늘도 언론에서는 이러한 예산 낭비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예산 낭비에 대해서 그 누구 하나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그 누구 하나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지도 않는다. 설사 누가 나서서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이라도 할라치면 담당자들은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겠다.”

그러다가 큰 화재나 사고로 몇 십, 몇 백 명의 사람들이 죽거나 다칠 때, 책임을 추궁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또 이렇게 대답한다.

“예산이 부족하다.”

예산이 없어서 안전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예산이 없어서 소방 시설 관리 감독을 제때 하지 못했고, 예산이 없어서 노후화된 장비를 교체하지 못했고, 예산이 없어서 안전교육을 게을리 했다는 것이다.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운 그 순간에도 예산이 없다며 예방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정부는, 연말만 되면 멀쩡하던 보도블록을 갈아엎고, 콘크리트 도로를 깨부숴 공사를 하곤 한다.

정작 중요한 곳에는 예산이 배분되지 않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불필요하게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이런 악순환은 왜 항상 되풀이되고 있는 것일까?


‘또 파? 눈먼 돈, 대한민국 예산’을 쓴 작가 정광모는 우리나라 예산 낭비의 문제점들을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국가의 예산은 ‘우리 모두의 돈이라는 의식’ 보다는 ‘그 누구의 돈도 아니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국민들은 예산에 대한 주인 의식이 없다. 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들 역시 내 돈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렇게나’사용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안일한 태도가 충만하다. 여론 역시 일상적으로 예산에 대해 기사를 쓰기도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일상적인 불평에 그칠 뿐, 예산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시키고 문제 삼자는 의도는 없다. 이렇듯 우리는 우리가 낸 세금과 각종 부담금으로 만들어진 예산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고, 따라서 이러한 예산에 대한 증/감에 대한 논의, 배분의 문제 등에 대해 평가하고 비판하지 않았었다.

또한 그는 예산을 책정/분배/집행하는 공무원들의 무능함과 이들이 만들어 내는 정책의 무력함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 없이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만을 위한 정책으로 예산을 배분하고, 혹시라도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하루아침에라도 그 계획을 바꿔버리는 ‘땜질식’예산을 편성하는 등의 문제점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정책을 잘못 만들어 내고 예산을 엉터리로 배분한 것에 대한 책임은 어느 누구도 지지 않고, 어느 누구도 그 책임 소재를 밝혀내지 않고 있는 점 역시 문제였다.

뿐만 아니라 허울 좋게 겉포장에만 신경 쓰고 내실 없는 공약을 위한 ‘선심성 예산’으로 낭비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고 난 후, 각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각종 건설 공약이나 특색 없이 기획되어진 축제들, 목숨 걸고 유치하려하는 각종 국제경기들 역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목적보다는 단체장의 재선을 위해, 건설자본의 활성화를 위해, 중앙 정부로부터의 지원 등을 위해 남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해 동안 대한민국은 256조라는 어마어마한 돈으로 운영되어진다.

저자는 이 어마어마한 예산의 책정, 분배 및 집행의 문제점을 ‘14가지 코드’를 통해 조목조목 집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문제점 나열을 넘어서 왜 이러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을 하나의 원칙으로 꿰뚫고 있다.

“국가가 어떤 사업에 얼마나 많은 재정을 쏟는가와 관심도의 크기는 비례한다.”

우리가 낙산사를 화재로 잃어버리고도 국보1호인 숭례문을 지키지 못한 것은, 가로수를 바꾸는데 16억을 쓸지 언 정 숭례문 화재방지시설로 고작 소화기 8대와 소화전을 두는 정도의 관심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대학의 서열화 문제 해결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교육을 꺾어보겠다는 일념 하에 ‘방과 후 학교’에 목숨 걸 수밖에 없는 것 또한, 그들이 사교육의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유이다.

20년 이상 운용해 온 국민 연금의 수익률이 형편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채권 투자만을 고집하다가 결국 그 책임을 국민연금의 미래 수혜자에게 돌리는 행태는, 정부가 얼마나 국민연금 운용 방법에 대해 나태하게 생각하고 있었나를 알게 해준다.

다시 말해, 관심이 없으면 그만큼 재정을 쏟지도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바르게 예산을 편성할 방안은 무엇일까?

저자가 내린 답은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하나는 “10대 재정운동”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예산실명제”이다.

국민생활에 꼭 필요한 10대 재정운동의 실현을 통해, 현재 대한민국의 정책과 행정의 방향, 그리고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예산의 개혁을 위해서는 지금의 체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잘못된 예산 책정과 집행을 막기 위한 예산실명제 도입을 강조한다. 예산을 한번 편성하고 시행함에 있어서 당장에 그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 점을 악용하여 아무렇게나 예산을 편성하고 아무렇게나 써버리는 등의 예산 낭비는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정책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바로 이것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

이 패러다임이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느냐에 따라 모든 정책과 그에 맞는 예산이 편성되어 간다. 패러다임은 그대로인데, 몇 개의 정책을 개선하고 몇 가지 법을 새롭게 만든다고 근본적인 문제까지 해결될 수는 없으며, 결국엔 문제만 반복될 뿐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재난의 예방보다 사후 복구에 더 많은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것 역시 재난 예방에 대한 패러다임의 부재 때문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지금의 정책을 바꾸게 할 것이고, 이에 맞게 예산도 새롭게 짜여질 것이며, 이는 곧 우리의 미래를 바꾸어 갈 것이다.

예산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 공론화’작업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꽁꽁 감추어두고 있던 장부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전 국민이 ‘내 돈’의 사용처를 명확하게 알고 이를 평가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책정에서부터 집행의 전 단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과정에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어야 한다.

이렇듯 현재까지 주류를 휩쓸고 있던 낡은 패러다임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교체하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은, 꽉 막힌 관료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정치인과 공무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을 가진, 대한민국의 재정의 주인인 “국민”이 되어야 함은 당연지사다.